데이터를 최우선으로

AI는 데이터의 관계를 바꿔 놓았다. 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 IT는 지난 50년간 당연하게 여겨 온 전제부터 다시 짚어봐야 한다.


에버퓨어 회장 겸 CEO 찰스 쟌칼로(Charles Giancarlo) 

모든 컴퓨팅 혁명의 본질에는 아키텍처가 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통신, 메모리, 데이터 스토리지 사이의 관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메인프레임에서 미니컴퓨터로, 클라이언트-서버에서 클라우드로 넘어오는 동안, 각 시대는 이러한 구성 요소 간의 관계를 재편했다. 그러나 50년에 걸친 변화 속에서도 하나의 관계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 데이터는 늘 애플리케이션 설계, 더 나아가 컴퓨터 운영체제를 지원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애플리케이션은 중심축이었다.

애플리케이션의 확산과 AI는 이러한 위계를 뒤집고 있다. 기업들은 오랫동안 데이터를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말해 왔지만, 정작 IT 인프라는 여전히 애플리케이션 중심으로 설계돼 왔다. 각 애플리케이션은 자체 데이터 세트를 기반으로 구축되며, 이를 해석하는 데 필요한 맥락과 의미를 보유한다. 애플리케이션 확산은 데이터 확산을 만들어냈고, 이는 데이터의 의미 체계(semantics)의 파편화를 초래했다. 내재된 맥락이 제거되면 데이터는 사실상 불투명해진다. 다른 애플리케이션에서 그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먼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추출·변환·적재, 즉 ETL 과정을 통해 데이터를 정제하고 형태를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기업은 여러 난제를 떠안게 됐다. 애플리케이션 사이의 통합 문제를 이제 기업이 스스로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일반적인 기업은 수십, 수백, 많게는 수천 개의 애플리케이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각 애플리케이션은 자체 데이터 세트를 가지고 있고 대체로 그 사본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고객 견적을 생성하는 것과 같은 일반적인  업무조차 여러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 세트에 접근해야 하며, 이들 간 정보가 일관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애플리케이션 중심 세계에서 CRM의 ‘고객’은 청구 시스템의 ‘고객’과 서로 다른 의미를 갖고, ERP의 ‘자산’은 공급망 플랫폼의 ‘자산’과 동일한 객체가 아니다. 이를 수백 개의 애플리케이션으로 확장하면, 새로운 워크플로우가 필요할 때마다 도메인 간 의미를 다시 구성해야 하는 시스템이 된다. 그 과정에는 또 하나의 데이터 사본, 스프레드시트, 파이프라인, 그리고 이 모두를 맞춰 보기 위한 회의가 뒤따른다. 이 때 생긴 오류는 결국 사람이 일일이 수동으로 바로잡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AI와 분석의 활용은 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AI와 AI 에이전트 기반 시스템은 결국 그것이 기반으로 삼는 데이터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일관성 없는 데이터에 기반한 AI와 분석은 일관성 없는 결과를 도출한다.  비즈니스와 회계, 연구개발(R&D)에서 95%의 정확도는 충분하지 않다. 데이터는 일관되고 정확해야 한다.

현대 기업을 만든 아키텍처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애플리케이션 중심주의가 기업의 DNA에 얼마나 깊이 내재되었는지 이해해야 한다.

대규모 ERP 시스템이 본래 지향했던 것은, 재무·구매·공급망·인사·물류 등 모든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하나의 통합된 의미 체계 안에서 모델링하는 단일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이었다. 특정 비즈니스 환경에서 ‘고객’, ‘주문’, ‘자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공통된 이해를 가진 하나의  스키마, 그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비즈니스 IT는 다른 길을 걸었다. 각 분야에서 가장 좋은 개별 솔루션을 따로 도입하는 방식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은 전문화된 도메인을 분리하며 CRM, HR, IT 운영을 재정의했다. 조직들은 속도와 기능 혁신을 얻은 반면, 기능 전반의 의미 체계의 일관성을 잃었다. 

바로 여기서 데이터 확산과 단편화가 시작됐고, SaaS는 이를 가속화했다.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이 도입될 때마다 고유한 정의가 생겼고, 다음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하려면 자체 데이터 사본과 ETL 파이프라인, 통합 계층이 필요해졌다. 

그 복잡성은 이제 대부분의 기업이 여러 도메인에 흩어진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통합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다. 인터넷, 모바일, 클라우드의 확산으로 데이터 규모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기본 아키텍처의 전제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애플리케이션은 여전히 주연이었고, 데이터는 여전히 조연이었다. 데이터의 의미와 그 관계를 담은 의미 계층(semantic layer)은 애플리케이션 안에 갇혀 있었다.

그 결과 기업은 수십 개의 환경에 흩어진 데이터 사본과, 거대하지만 통제되지 않는 데이터 레이크 및 데이터 사일로의 집합을 떠안게 되었다. AI 경쟁이 가속화되는 오늘날, 이러한 복잡성은 단순히 더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가 아니라 더 이상 지속 가능한 구조가 아니다. 

AI와 비즈니스 효율이 요구하는 위계의 전환 

AI와 비즈니스 효율성 앞에서 애플리케이션 중심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그렇다고 SaaS와 다중 애플리케이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요구는 제각각이고, 끊임없는 변화는 비즈니스를 모델링하고 최적화하는 워크플로우 개발의 유연성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모든 것을 아우르며 기록 시스템 역할을 할 단일 애플리케이션이나 워크플로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기업은 무엇에 기대어 워크플로우의 일관성과 정확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그 답은 결국 데이터 아키텍처에 있어야 한다. 데이터, 또는 특정 데이터 세트가 여러 애플리케이션이 기업 워크플로우에 활용할 수 있는 ‘기록 시스템(system of record)’ 역할을 해야 한다. 

IT 리더에게 AI는 아키텍처의 핵심 질문을 “무엇을 자동화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가?”에서 “에이전트들이 비즈니스를 최적화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로 바꿔 놓는다. 이는 애플리케이션 중심의 작업 최적화에서 데이터 중심의 성과 지향적 워크플로우와 인텔리전스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한 점진적 개선이 아니라, 패러다임 자체의 전환이다. 

모든 AI 활동은 워크플로우와 관련해 여러 데이터 세트의 데이터를 이해하는 데 의존한다. 즉, 그 의미 체계, 이력, 그리고 비즈니스 전반의 연결성을 이해해야 한다. 기업의 데이터는 이제 이를 만든 애플리케이션보다 전략적 가치가 훨씬 큰, 성장하는 인텔리전스의 집합체다. 

AI와 에이전트 시스템이 애플리케이션 중심 아키텍처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데이터는 활용되기 전에 반드시 변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를 위해 서로 다른 데이터 소스를 통합하고, 스키마를 표준화하며, 필요한 맥락을 부여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데이터가 가장 최신 버전인지, 어떤 복사본이 권위 있는 원본인지 판단하는 일은 쉽지 않다. 데이터 레이크는 본질적으로 실시간 데이터 저장소가 아니며 항상 최신 상태를 보장하지도 않는다. 또한 특정 분석 목적에 맞춰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변환해야 하고, 다른 분석 과제에는 또 다른 형태의 변환이 필요하다. 이는 매우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실시간 활용에도 적합하지 않다. 

기존 애플리케이션 중심 환경에서 AI를 활용하면 데이터 불일치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가정이나 이론적 우려가 아니다. 흔히 말하는 ‘가비지 인, 가비지 아웃(garbage in, garbage out)’이라는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일관되지 않은 데이터는 결국 잘못된 판단과 행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데이터 프라이머시(Data Primacy)

기업 효율성을 높이고 에이전틱 AI를 확장하기 위해 기업은 데이터 중심 아키텍처로 전환해야 한다. 즉, 데이터를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두고 애플리케이션은 그 데이터를 활용하는 도구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데이터만 봐도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서로 다른 기록 시스템에 있는 데이터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메타데이터를 통해 쉽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아키텍처에서 데이터 운영 시스템과 기록 시스템은 핵심이자 기반이 되는 자산이 된다. 실시간 데이터는 과거 데이터보다 더 가치가 있다. 운영·정보·에이전트 등 모든 애플리케이션 환경이 동일한 실시간 데이터에 접근한다. 애플리케이션은 기록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읽거나 기록할 뿐, 정본 정보를 저장하지 않는다. 또한 다른 애플리케이션의 요구에 맞게 데이터를 복사하고 변환하는 대신, 맥락이 데이터 그 자체와 함께 메타데이터의 형태로 만들어지고 저장되며 유지된다. 

이는 아주 중요한 변화다. 기업은 처음으로 진정한 전사 차원의 데이터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애플리케이션 아키텍처가 그 뒤를 따르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아키텍처를 데이터 프라이머시(data primacy)라 부르며, 이는 세 가지 원칙에 근거한다. 

첫째, 의미 체계는 애플리케이션에 내장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와 함께 이동해야 한다. 운영 데이터는 이를 생성한 시스템 밖에서도 이해되고 활용될 수 있도록 필요한 의미를 담아야 한다. 이는 데이터와 함께 의미 설명을 구축하고, 하나의 데이터가 기업 내 다른 모든 것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정의하는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 체계는 원시 데이터를 AI가 정확하게 추론할 수 있는 자기 설명형의 맥락이 풍부한 자산으로 전환한다. 

둘째, 데이터는 복사되는 것이 아니라 보존되어야 한다. 기업은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분석 환경, AI 활용 사례마다 데이터를 복제하는 데 익숙해져 왔다. 데이터 프라이머시는 이러한 통념을 뒤집는다. 거버넌스와 보안이 적용되고 의미 체계가 명확히 정의된 단일한 실시간 ‘정본’ 데이터가 모든 애플리케이션과 모든 에이전트를 지원한다. 이는 효율성과 정확성 모두를 위한 필수 요건이다. 기록 시스템은 특정 조직이나 부서가 독점적으로 통제할 수 없으며, 기업의 핵심 자산으로서 중앙에서 일관되게 거버넌스되어야 한다. 

셋째, 거버넌스는 데이터 계층에 내되어야 한다. 애플리케이션 중심 세계에서는 접근 권한을 애플리케이션에 연결된 역할 기반 접근 제어(Role-Based Access Control)를 통해 관리한다. 반면 데이터 프라이머시 세계에서는 AI 에이전트가 여러 시스템 전반에서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에, 접근 제어 역시 그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 접근은 맥락적이고 동적이어야 하며, 데이터 자체의 속성, 요청하는 에이전트의 신원, 그리고 행동의 목적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가치의 핵심은 기업이 직접 거버넌스하고 관리하며 이해하는 데이터에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에이전트가 여러 목적에 맞게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상태로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가 나아갈 길

에버퓨어의 데이터 프라이머시를 향한 여정은 이미 수년 전에 시작됐다.

첫 10년 동안 서드파티 스토리지 시스템과 대규모 스토리지 환경에서 발생하는 복잡성을 해결하는데 집중했다. 두 번째 10년 동안에는 기업이 구축하고 에버퓨어 플랫폼이 지원하는 아키텍처인 엔터프라이즈 데이터 클라우드(Enterprise Data Cloud)를 선보였다. 엔터프라이즈 데이터 클라우드의 핵심인 통합 데이터 플레인(Unified Data Plane)은 다양한 프로토콜과 계층, 워크로드를 하나로 통합해 기업이 전체 스토리지를 단일 시스템처럼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그 위에서 동작하는 지능형 제어 플레인(Intelligent Control Plane)은 데이터가 어디에 있든, 워크로드가 어떻게 변화하든 관계없이 데이터 정책이 항상 데이터와 함께 적용되도록 지원한다. 

에버퓨어 데이터 인텔리전스(Everpure™ Data Intelligence, 구 1touch)는 온프레미스, 클라우드, SaaS, 레거시 시스템을 포함한 기업 전반의 데이터를 찾아내고, 분류하고, 맥락을 부여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이렇게 정리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데이터 카탈로그와 시맨틱 지식 그래프를 구축해 데이터의 의미와 관계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엔터프라이즈 데이터 클라우드가 데이터 저장과 관리 방식을 최적화한다면, 에버퓨어 데이터 인텔리전스는 데이터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인텔리전스 계층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모든 데이터를 일관되게 관리하고, 비즈니스 맥락 속에서 이해하며, AI가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준비할 수 있다. 이 두 가지가 결합되면 기업은 현재 운영 환경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효율적이고 유연한 데이터 프라이머시’의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다.

새로운 조직 모델을 향하여

AI는 업무 수행 방식을 빠르게 바꾸고 있으며, 기업 리더들은 AI 에이전트가 조직 전반에 가져올 변화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AI는 직원들이 기업의 고유한 경쟁력과 고객 관계를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동시에 인프라 팀에는 기존 아키텍처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할 것이며, 스토리지 관리자, 인프라 책임자, 최고데이터책임자(CDO), 최고기술책임자(CTO)의 역할 역시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출발점은 데이터다. 앞으로 데이터는 자체적으로 맥락과 의미를 담게 되며, 이를 통해 조직 전체에서 누구나 동일한 방식으로 데이터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데이터는 특정 애플리케이션에 종속되지 않고, 모든 애플리케이션과 AI 에이전트, 그리고 다양한 비즈니스 질의를 지원하는 공통 기반이 된다. 여기에 보안, 거버넌스, 신뢰성, 그리고 신뢰까지 데이터 계층에 기본적으로 내장된다. 

데이터 프라이머시를 실현한 기업은 더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AI를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변화하는 비즈니스 요구와 워크플로우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데이터 아키텍처를 갖추게 된다. 그 결과 의사결정은 더 빠르고 정확해지며, 더 높은 수준의 확신을 바탕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모두가 데이터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이제는 데이터를 진정한 중심에 둘 때다. 그렇게 하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